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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AIKIDO UNION

더위, 중력, 그리고 카타 : 2026년 야마시마 타케시 선생 교류 계고(交流稽古) 후기

  • 2분 전
  • 5분 분량

(다음은 삼성당의 회원이 지난 2026년 5월 3일~5일까지 일본에서 경험한 수련에 대한 후기입니다.)


2026년 5월 3일부터 5월 5일까지 일본 도쿄의 네리마구립종합체육관(練馬区立総合体育館)에서 열린

야마시마 타케시(山嶋武) 선생님의 교류 계고(交流稽古)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교류 계고는 치요다구 아이키카이 측에서 도장장님에게 올해 참가 의사를 물어오면서 다시 연결된 자리였습니다.

도장장님은 작년에도 참가하셨지만, 올해는 본업의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평소 야마시마 선생님의 수련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제가 혼자 일본에 가서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이키도의 본국인 일본에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많은 기대와 걱정을 함께 안고 출국했습니다.

하지만 3일간 수업을 받으면서 든 생각은 분명했습니다.

 

“진작 왔어야 했다. 이제라도 오기를 잘했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1. 참여 수업

 

5월 3일부터 5월 5일까지 총 9회의 수업이 있었고, 야마시마(山嶋), 미무로(三室), 우에노(上野) 세 분이 지도했습니다.

 

  • 5.3(일)

     13:00-14:20 미무로(三室) / 14:30-16:00 우에노(上野) / 16:10-17:40 야마시마(山嶋)

  • 5.4(월)

     09:30-11:30 야마시마(山嶋) / 13:00-14:10 우에노(上野) / 14:15-15:25 미무로(三室)

  • 5.5(화) ※ 첫 번째 수업까지만 참여하고 귀국

     09:30-11:30 야마시마(山嶋) / 13:00-14:10 미무로(三室) / 14:15-15:25 우에노(上野)

도쿄 치요다구와 요코하마 외에도 일본 내 여러 도장 회원이 참가했다고 합니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 베트남, 미국, 네덜란드 회원들이 왔습니다.

2. 더위와의 싸움

 

5월 첫째 주인데도 무척 더웠습니다. 여름에는 얼마나 더울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입국 당일인 5월 2일은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서 공기가 비교적 쾌적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부터 펼쳐질 더위와의 싸움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엄청 덥다. 음료를 넉넉히 챙기고 틈틈이 마셔라.”라는 조언을 듣기는 했습니다.

 

첫날인 5월 3일, 첫 시간을 보내면서 이 더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곧바로 느꼈습니다.

몸에 쌓이는 열기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듯했습니다.



첫째 날 약 5시간 동안 이온음료 1L와 물 1L를 마셨고,

둘째 날과 셋째 날에는 매일 체육관 안에서만 거의 3L씩 마셨습니다.

 

처음에는 “일본 더위에 익숙하지 않아서 나만 이렇게 힘든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인 참가자끼리도 “덥다, 피곤하다.”는 말을 서로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수련을 이어갔습니다.

날이 그렇게 더운데도 그냥 하는 근성과 진중함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도장에서 실내 온도 때문에 쉽게 엄살 부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3. 중력과의 싸움


이번 강습회에서 가장 강하게 몸에 남은 감각 중 하나는 중력이었습니다.

 

토리는 기술을 빈틈없이 정확하게 걸었습니다. 우케를 멀리 밀어내거나 억지로 날려 보내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우케를 바닥으로 내리꽂거나 메칠 뿐입니다.

 

우케는 토리가 전하는 임팩트에 중력이 더해지는 것을 온몸으로 끝까지 받아내다가,

더는 버틸 수 없는 지점에 이르러서야 담백한 낙법으로 안전하게 자신의 역할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렇게 토리와 우케의 역할을 서로 바꾸어 가며, 박력은 있지만 거칠지 않은 연습이 이어졌습니다.

 

단련이 부족했던 제 몸에는 그 하나하나가 크게 남았습니다.

귀국 후에도 1주일 넘게 온몸이 쑤셨고, 움직일 때마다 강습회의 여운을 실감해야 했습니다.

 

 

4. 결국은 카타

 

경험한 사람은 알겠지만, 야마시마 선생님의 기술은 처음 마주하면 기기묘묘해 보입니다.

마치 다른 세계의 것처럼 느껴지고, 따라 하기도 어렵습니다.

 

저의 도장장님은 평소 “야마시마 선생님 몸놀림의 기초는 카타(形)이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저는 이번에 현지 회원들과 수련하면서 그 말의 의미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습회에 가기 전까지 저는 막연히 “야마시마 선생님 계열의 도장은 카타 연습에서 조금 자유롭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해였습니다.

 

현지 회원들은 제가 야마시마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던 것과 동질의 느낌을 저에게 전달했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몸에 흡수해서, 자신의 실력만큼 그대로 표현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더 크게 놀란 것은 카타 연습에서였습니다.

 

현지 회원들은 카타를 칼같이 잘했습니다.

제 인식의 선후가 바뀌어 있었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야마시마 선생님 특유의 기술 표현이 먼저 있고, 그 주변에 카타가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카타를 차근차근 정확하게 연습하는 시간이 쌓이고, 아이키도에 맞는 몸을 만들어 온 기초 위에서

그 특유의 기술 표현이 가능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야마시마 선생님의 움직임을 보니,

도장장님이 평소 말씀하신 “야마시마 선생님의 움직임은 카타 위에 있다”는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현장에서 조금씩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5. 기본기와 체력 부족

 

이번 강습회는 저 자신의 부족함을 분명하게 마주하게 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기술은 헐겁고, 몸놀림은 느리고, 타이밍은 늦고, 체력은 부족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직 무도를 할 수 있는 몸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3일간 저와 함께 연습한 분들에게 좋은 파트너가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큽니다.

 

그래도 이번 경험은 단순한 좌절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비록 올해는 이렇게 부족한 상태로 참가했지만, 내년에는 무엇 하나라도 달라져서 가겠다. 적어도 노력한 흔적은 보여주겠다.”

그렇게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도장장님께서 평소 말씀하시던 것은 야마시마 선생님의 기술의 겉모양이 아니라, 그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수련 구조였습니다.

그 구조는 카타와 기본기, 그리고 그 기술을 구사하고 받아낼 수 있는 몸의 조건 위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 선생님과 제자들의 수련을 직접 몸으로 겪고 나서야, 그 말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귀국 후에는 현지에서 받은 조언과 도장장님의 지도를 바탕으로, 부족한 체력과 몸의 균형을 다시 만들어 가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재활에 더 가까운 과정이지만, 지금 제게는 반드시 필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6. 감사한 인연

강습회장에서 만난 K선배의 도움을 크게 받았습니다.

 

K선배는 야마시마 선생님 도장 출신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선배는 긴장해서 쭈뼛거리고 말도 잘 못하던 저를 많은 분에게 소개해 주었고,

강습회 기간 내내 대중교통 이용과 식사를 비롯해 여러 부분에서 저를 살뜰히 챙겨 주셨습니다.

 

한국인이 저 혼자였어도 어떻게든 시간을 보냈겠지만, 선배와 함께였기 때문에 훨씬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 안정감 덕분에 수련에도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치요다구 아이키카이의 아이고 씨에게도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저는 약 10년 전 야마시마 선생님의 한국 강습회에 동행하셨던 아이고 씨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다른 접점이나 친분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아이고 씨는 틈틈이 이 미숙한 후배의 상대가 되어 주셨고,

수업과 휴식 시간을 쪼개 제가 앞으로 수련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알려 주셨습니다.

제가 다른 분과 연습하고 있을 때에도, 아이고 씨가 가까운 곳에서 또는 멀리서 저를 유심히 관찰하고 계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온 아이키도 수련생이고, 성주환 도장장님의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많은 관심을 보여 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이고 씨가 제 몸에 새겨 주신 단련된 기술의 깊이와 느낌을 기억하면서 정진하겠습니다.

반드시 성장한 모습으로 내년에 다시 뵙겠습니다.

 

 

7. 마치며 : 새로운 10년의 첫 걸음

 


저는 2015년 10월 아이키도에 입문했습니다.

햇수로는 11년째에 접어들었지만, 그동안 저는 스스로를 ‘생활체육 아이키도 동호인’이라고 정의하면서 단련을 회피해 왔습니다.

 

이번 강습회는 그런 저에게 ‘아이키도를 할 수 있는 몸’, 그리고 ‘카타와 기본기’에 대한 뼈아픈 자각을 안겨 주었습니다.

 

선생님들과 다른 참가자들의 무겁고 서늘한 수직의 힘을 견뎌내기에는 제 축이 너무나 허약했습니다.

제 딴에는 평소 카타를 잘 따라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여겼지만, 그것 역시 착각에 가까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3박 4일 중 낯뜨거웠던 시간이 99%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부끄러움은 좌절이 아니라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가벼운 동호인의 자세에 머물지 않고, 무도를 무도로 대하는 수련생으로 바뀌어 가려 합니다.

 

내년에 다시 만나는 분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ジョン), 연습 좀 했나 봐. 잘 가고 있어. 계속 열심히 해.”

 

그리고 더 많은 한국의 아이키도 수련자들이 일본에 가서, 현지 수련의 밀도를 몸으로 직접 경험하기를 바랍니다.

직접 가서 보고, 받고, 부딪히고, 견뎌 보면 알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번 일본에서의 3박 4일은 저에게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도장장 첨언) 일본에서 낯선 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성실하게 수련해 주어 고맙습니다.

현지에서 직접 보고, 받고, 버티면서 느낀 것은 국내에서 접했던 인상과는 전혀 달랐을 겁니다. 현지 수련의 텐션과, 기술이 만들어져 가는 체계를 직접 경험한 것은 본인에게 큰 수확이었을 것입니다.

우리 도장에서는 그동안 카타와 기본기를 중심으로 수련해 왔고, 야마시마 선생님의 스타일은 제한적으로만 다뤄 왔습니다. 그 스타일은 겉모양만 따라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카타 이해와 기본기, 그리고 그것을 구사하고 받아낼 수 있는 몸의 단련이 갖춰져야 비로소 의미 있게 접근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중심은 카타와 기본기, 그리고 꾸준한 단련입니다. 오히려 그 기준을 분명히 해야, 야마시마 선생님의 수련 방향도 겉모양이 아니라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제 본인이 현지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직접 느끼고 돌아왔으니,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그 방향의 수련도 차근차근 시작해 볼 수 있겠습니다.

과장하지도 줄이지도 말고, 일본에서 보고 겪고 느낀 것을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주변에 전해 주면 좋겠습니다. 이제부터는 함께 만들어 봅시다.

솔직하고 담백한 글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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